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코 세척으로 다시 찾은 축농증 수술 당시의 해방감

myview72435 2026. 7. 13. 08:45

목차


    내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기억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고등학교 시절에 받았던 축농증 수술이다. 수술 후 코를 꽉 막고 있던 엄청난 양의 지혈 거즈를 뽑아내던 순간, 나는 평생 처음으로 코 안에 아무것도 없는 듯한 광활한 우주 공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숨이 아무런 저항 없이 허파까지 다이렉트로 들어오던 그 해방감은 만성 비염 환자였던 나에게 거의 축복과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증상이 야속하게 재발했고 그 전설적인 시원함은 다신 못 느낄 줄 알았는데, 15년이 지난 지금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그 감각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15년의 거부감을 깨고 마주한 콧속의 빈 공간

    고등학교 때 엄마가 코 세척을 하라고 식염수 통을 들이밀었을 때는 물고문 같은 무서움에 기겁하며 도망쳤었다. 그렇게 15년을 피해 다니다가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한 뒤에야 내 발로 직접 약국에 가 기구를 사 왔다. 미지근한 식염수를 코에 넣고 반대쪽으로 줄줄 빼내는 작업을 아침저녁으로 시작했는데, 며칠 뒤 내 코 안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겹겹이 쌓여있던 끈적한 콧물이 다 씻겨 나가자, 코 내부가 뻥 뚫리면서 그 옛날 축농증 수술 직후 거즈를 뺐을 때 느꼈던 완벽한 해방감이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만성 부비동염 수술이 물리적으로 환기 통로를 넓혀주는 처방이라면, 주기적인 생리식염수 세척은 수술 후의 청결한 점막 상태와 통기성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해 주는 최고의 유지 요법입니다."

    비싼 주사 치료보다 낫다, 내 손으로 찾은 평화

    이 해방감이 더 감격스러웠던 이유는, 그동안 거쳐왔던 수많은 지독한 치료법들의 실패 뒤에 찾아온 정착지였기 때문이다. 등과 목에 주사를 20방씩 맞으며 병원 침대 위에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릴 때도 느끼지 못했던 쾌적함이었다. 매주 찾아오는 공포감에 와이프한테 안 가겠다고 애처럼 떼를 쓰며 병원을 때려치우고 어영부영 살아왔는데, 단돈 몇 천 원짜리 식염수 한 통으로 내 코를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니 세상 살맛 난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콧물 덩어리가 싹 사라지고 차가운 공기가 코 안을 부드럽게 통과할 때마다 온몸에 짜릿한 소름이 돋는다.

    숨길은 열렸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가래의 숙제

    수술 당시의 그 시원한 느낌을 다시 찾아서 매일 주기적으로 코에 식염수를 넣는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참 희한하게도 목 뒤에 항상 가래가 낀 듯한 이물감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코 안은 텅 비어있는데 나도 모르게 '킁킁'거리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이 지독한 버릇은 여전히 멈추지 않아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방법을 아직도 못 찾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있을 때는 안 하다가도, 독서실처럼 조용한 곳에 가거나 누가 이 소리에 대해 말하면 갑자기 의식이 돼서 킁킁거리기 시작하는 걸 보면 참 무서운 습관이다. 그래도 이 눈물겨운 코 세척 루틴 덕에 일상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치료 및 관리 단계 내가 느낀 코 안의 개방감 환자로서의 종합 한줄평
    축농증 수술 직후 ★★★★★ (인생 최초로 겪은 우주 공간 같은 완벽한 해방감) 원인 덩어리를 박박 긁어내어 숨통을 트여준 최고의 수술
    공포의 등 주사 20방 ★☆☆☆☆ (치료 통증과 공포심 때문에 코가 더 막히는 기분) 효과도 모른 채 눈물만 쏙 빼고 도망쳐 나온 끔찍한 기억
    매일 생리식염수 세척 ★★★★☆ (수술 당시의 뚫리는 촉감이 15년 만에 화장실에서 재현됨) 부작용 없고 안전하게 내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최선의 방패

    자주묻는 질문

    수술을 이미 했는데도 코 세척을 계속 평생 해야 하나요?

    축농증 수술로 구조적 통로는 열렸지만 알레르기나 먼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콧물은 계속 생깁니다. 이를 방치하면 재발하므로, 수술 후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해 세척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 세척 후 고개를 숙이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정상인가요?

    코 안쪽 부비동 구석에 남아있던 식염수가 고개를 숙이거나 돌릴 때 중력에 의해 뒤늦게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세척 직후 고개를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어 고인 물을 빼주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