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비염 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코 세척 좀 해봐라, 코 안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는 조언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매일 콧물을 질질 흘리고 멍하게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엄마가 식염수 통을 내민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쪽 콧구멍으로 물을 넣어 반대쪽으로 빼낸다는 그 기이한 메커니즘은 사춘기 소년에게 거의 '물고문'과 다름없는 공포로 다가왔고, 나는 기겁을 하며 도망쳤었다. 그렇게 거부하던 코 세척을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 내 손으로 직접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미우새 이상민이 쏘아 올린 작은 공, 15년 만의 용기한동안 주사 치료의 공포에서 도망쳐 어영부영 비염을 달고 살던 중, 어느 날 거실에서 와이프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보게 ..
살면서 내 돈 내고 찾아간 병원이 무서워서 와이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고불고 떼를 쓰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평생을 만성 비염과 목 가래 때문에 '킁킁'거리며 살아온 탓에 와이프가 큰맘 먹고 알아봐 준 용한 병원이었지만, 그곳은 나에게 치료실이 아니라 공포 영화 세트장이나 다름없었다. 등과 목덜미에 주사를 무려 20방 가까이 꽂아 대던 그 지옥 같던 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어느 날 아침 내가 와이프 앞에서 벌였던 눈물겨운 전면 거부 선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아는 고통이 제일 무섭다, 진료일 아침의 공포헌혈을 50번 이상이나 해서 바늘 따위엔 도가 텄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그 병원의 등 주사는 차원이 달랐다. 바늘이 척추 라인을 꾹 누르고 들어올 때 뇌까지 찌릿해지던 그 지독한 뻐근함은 몇..
나는 주삿바늘에 대해서만큼은 남들보다 뼈가 굵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헌혈을 무려 50번 이상이나 해왔기 때문이다. 헌혈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헌혈 하는 곳에 가면 일반 병원에서 쓰는 얇은 바늘이 아니라 거의 대바늘 수준으로 굵은 바늘을 팔뚝에 꽂는다. 그걸 50번 넘게 겪었으니 웬만한 주사 통증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강심장'이라고 스스로 믿고 살았다. 그런 내가 비염과 킁킁거리는 목 가래를 고치겠다고 찾아간 병원 침대 위에서, 자존심 다 구기고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헌혈 바늘도 버텼는데 이쯤이야" 근거 없는 자신감와이프 손에 이끌려 찾아간 그 의원은 코가 아니라 특이하게 등과 목덜미를 공략하는 곳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내 비염 증상의 뿌리가..
평생을 만성 비염과 콧물, 그리고 목에 걸린 가래 때문에 '킁킁'거리며 살아온 나 같은 환자들은 좋다는 치료법이 있으면 웬만한 고통은 참고 인내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 30년 비염 유목민 인생을 통틀어 가장 무섭고, 갈 때마다 온몸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던 치료가 하나 있다. 바로 등과 목덜미에 수십 방의 바늘을 꽂아대던 정체불명의 주사 치료였다. 콧물 좀 안 흘리려다 진짜 저세상 구경을 할 뻔했던 그 처절하고 뻐근했던 치료실의 기억을 소환해 보려 한다."치료가 좀 길고 아플 겁니다" 공포의 서막축농증 수술도 해보고 독한 약도 먹어봤지만 여전히 킁킁거리는 버릇이 낫지 않던 어느 날, 와이프가 우리 사는 지역에 비염 치료로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하는 곳이 있다고 소문을 듣고 방문해 보았다. 와이프도 ..
만성 비염 환자들의 가슴속에는 늘 상충하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하나는 어떻게든 이 지긋지긋한 콧물과 '킁킁'거리는 가래를 멈추고 싶다는 간절함이고, 다른 하나는 매번 먹는 약이 내 몸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전국의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니던 비염 유목민 시절, 나는 인생에서 가장 약효가 빠르고 확실했던 '기적의 비염 약'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달콤한 효과 뒤에 숨겨진 무시무시하고 독한 기운 때문에, 결국 내 손으로 복용을 포기해야만 했던 씁쓸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먹자마자 콧물이 말라붙는 기적, 그러나그 약을 처방받아 먹었을 때의 첫 느낌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아침에 눈만 뜨면 휴지 한 통을 다 쓸 기세로 흘러내리던 콧물이 약을 먹고 한 시간도 채 안 되..
만성 비염과 콧물, 그리고 목에 늘 걸려 있는 가래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들은 전국에 '비염으로 기가 막히게 잘 고치는 명의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일단 달리고 본다. 나 역시 연애 초기 시절, 지금의 와이프 손에 이끌려 경남 함안의 어느 시장통에 있는 유명한 의원을 찾아갔었다. 소문대로 환자들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나는 평생 처음 보는 기이하고도 신기한 비염 치료를 경험하게 되었다. 바로 팔꿈치에 맞는 주사였다.코가 아픈데 왜 팔꿈치에 주사를 놓을까?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은 내 코 상태를 슥 보시더니 엉덩이나 팔뚝이 아닌, 뜬금없이 '팔꿈치 부위'에 주사를 놓겠다고 하셨다. 헌혈을 50번 이상이나 했을 정도로 주삿바늘에는 도가 튼 나였지만, 코막힘과 킁킁거리는 가래 증상을 고..